
후기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뭐부터 써야 하나 한참 멍때리다가, 그냥 폰 메모장을 열었다. 나는 여행 가면 메모장에 아무거나 막 적어두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 나트랑 것도 고스란히 남아 있길래, 그걸 거의 그대로 옮겨보기로 했다. 잘 정리된 후기보다 이런 게 더 도움될 때도 있으니까.
배경만 짧게. 남편이 골프 시작한 지 3년 됐고 요즘 아주 푹 빠져 있음. 결혼 9년 만에 애 친정에 맡기고 둘이서만 나간 첫 여행인데, 행선지가 골프장이 될 줄은 몰랐지... 나는 필드 나가본 게 손에 꼽는 수준이라 반쯤은 리조트+시내 구경 목적으로 따라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만족하고 옴.
깜란 공항에 내리니까 가이드 티엔 씨가 이름 팻말 들고 서 있었고, 차가 7인승 밴이었다. 둘이 가는데 7인승이라 골프백 두 개 싣고도 자리가 남아돌았음. 이때부터 뭔가 편할 것 같다는 예감.
아남 리조트 깜란. 사진보다 실물 정원이 더 넓다
숙소는 아남 리조트 깜란. 5성급이라는데 솔직히 별 개수보다 정원이 기억에 남는다. 체크인하고 방까지 걸어가는 길이 다 나무 그늘이고, 방에서 커튼 걷으니 바로 바다. 남편은 짐도 안 풀고 발코니에 나가서 한참 서 있었음.
하나 미리 적어두자면, 아남이 시내 번화가랑은 좀 떨어져 있어서 밤마다 시내 나가 놀 생각이면 참고. 대신 조용하고, 골프장 두 곳이랑은 가까워서 골프 목적이면 오히려 이 위치가 정답인 듯.
KN 골프 링크스. 이 호수 홀에서 남편 볼 두 개 수장
둘째 날이 KN 골프 링크스. 리조트에서 금방이었다 (공항 옆이라 10분 정도?). 새로 생긴 코스라 그린 컨디션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좋았다. 남편 표현으로는 "굴러가는 게 다르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일단 페어웨이가 어이없게 넓어서 나 같은 초보도 마음이 편했다. 대신 바닷가 링크스라 바람이 장난 아님. 모자 붙잡고 침.
오후에는 라운딩 끝나고 시내 구경. 나트랑 대성당이랑 롱선사를 갔는데, 대성당은 돌계단 오르는데 한낮이라 땀이 줄줄. 그래도 위에서 보는 시내 뷰는 예뻤다. 롱선사 큰 불상 앞에서는 남편이 스코어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함. 절에서 빌 게 그거냐.
중간에 들어간 로컬 카페 코코넛 커피가 이번 여행 음료 1등. 이름을 적어놨어야 했는데 그건 메모를 안 했네...
해 질 무렵 KN 그린. 이 시간대는 좀 반칙이다
셋째 날은 다이아몬드 베이 골프 클럽. KN이 바다·모래 느낌이면 여기는 산이 코스를 빙 둘러싸고 있어서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남편이 "여기 앤디 다이가 설계한 데야"라고 아는 척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투어 설명문에 있는 내용이었음.
마사지 받고 나와서 마지막 밤이라고 시내에서 좀 걸었는데, 강변 야경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남편은 이미 머릿속으로 오늘 라운딩 복기 중이라 대화가 안 됐지만.
다이아몬드 베이. 산이 코스를 감싸고 있어서 KN이랑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마지막 날은 리조트에서 늦은 조식 먹고, 수영장에서 좀 뒹굴다가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티엔 씨가 끝까지 짐 실어주고 손 흔들어줬다.
이번 일정은 티그룹이라는 데서 우리 둘만의 단독 투어로 짜준 거였는데, 골프 예약이며 차량이며 내가 신경 쓴 게 하나도 없어서 그게 제일 좋았다. 골프 안 치는 나까지 심심하지 않게 시내 일정을 끼워준 것도 점수 줄 만함.
나트랑 골프 알아보는 분 있으면 참고하시라고, 우리는 카톡에서 티그룹 검색해서 상담받고 갔다는 것만 적어둔다. 궁금한 건 댓글로 물어봐도 되고. 그럼 이만, 남편이 또 스크린 치러 가자고 해서 나가봐야 함.
Lost your password? Please enter your email address. You will receive a link to create a new password.